8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백일도 지나지 않은 혜린이는 때까지 형네가 키운다고 데리고 갔다.

형네가 혜린이를 데리고 날부터 아내가 며칠 동안 속에 나타나서 혜린이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나는 하는 수없이 회사를 그만 두고 내외가 반대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혜린이를 데려다가 키우기 시작했다.

나는 혜린이를 업어서 재울 때마다 엄마의 사진 앞에 가서 엄마라고 가르쳐 주고 여러 가지 동요를 불러서 재웠는데 어느 날은 말도 못하는 혜림이가 웅얼거리며 동요를 따라 부르는 것이었다.

 

나는 아내가 죽고 나서 혜린이를 집으로 데려 이후로 아내에게 혼자 말을 하는 습관이 붙어 있었다.

혜린이가 가는 단계대로 이유식 먹이기, 걸음마 시키기 그리고 말을 가르쳐야만.

혜린이는 때부터 그림노트에 색칠을 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혜린이의 취미는 그림에 색칠을 하는 것이었다.

혜린이는 이제 스스로 엄마 사진을 보고 바이 바이를 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혜린이가 살이 되던 때부터 천자문 공부와 한글공부를 시켰는데 그랬는지는 나도 모른다.

 

화창한 봄날, 개나리 꽃잎들이 아내의 얼굴처럼 보이는데 참을 수가 없어서 혜린이를 데리고 자연농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 해의 사월에는 아내의 묘와 처가에 가고 싶어서 혜린이를 데리고 무작정 기차를 탔던 것이다.

동안 혜린이를 키우느라고 정신이 없다가 여유가 생기자 아내가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내가 묻혀있는 묘지까지는 길이어서 혜린이를 업다가 걸리다가 하면서 가야만 했다.

나와 혜린이는 아내의 묘에 절을 하고 나서 나는 혜린이에게 말했다.

 혜린아! 엄마가 여기에 누어 있다.”

 , 여기에 있어?”

, 그냥 여기에 있는 거야.”

 

우리는 처가에 들리려면 서둘러야 했다.

어스름 녘에 도착한 처가에서는 앉아보지도 못하고 장인에게 쫓겨나고 말았다.

장인은 내가 재혼을 하라고 일부러 모질게 대하는 것이었지만 딸을 가슴에 묻은 마음은 오죽했겠는가 말이다.

혜린이를 업은 나는 어두운 길을 처가에서 조치원까지 걸어가야 했던 것이다.  장인이 원하는 대로 나는 재혼을 하려고 하였지만 선을 보는 자리에는 언제나 아내와 혜린이의 얼굴이 번갈아 나타나서 포기할 밖에 없었다.

 

                                                      9

     회사를 그만 둔지 3년이 지나고 나자 우리에게는 역시 먹고 사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는 대학 친구에게 취직을 부탁하기 위해서 전화를 하였다.

친구는 반갑게 전화를 받으면서 함께 점심이나 하자고 나를 자기네 회사 부근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친구는 식사를 하면서 미국으로 선자의 소식도 전해 주고 자기네 회사에 와서 일을 해도 좋다고 흔쾌히 승낙을 하는 것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후에 테이블 위에는 먹다 남은 갈비가 있었다.

나는 집에 홀로 남아있는 혜린이가 생각나서 아줌마에게 그것을 달라고 하자 친구가 눈치를 채고 2인분을 시켜주는 것이었다.

 

취직은 되었지만 혜린이를 집에 두고 가는 것은 아버지로서 못할 노릇이었다.

혜린이의 점심을 쟁반에 놓아두고 출근하고는 나중에 집에 돌아와 보면 밥을 거의 먹지 못했고 얼굴에는 눈물자국과 콧물자국으로 엉망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혜린이는 회사를 가게는 하지 않았는데 그래야 먹고 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회사에 나간 달이 거의 다되어 때쯤 혜린이가 멍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없이 회사를 그만 두고 지금까지 가게를 해서 먹고 살면서 혜린이를 대학까지 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혜린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학과의 남자 친구와 결혼을 하고 둘은 같은 회사에 취직을 하였다.

그리고 부부라는 때문에 회사에서 미국으로 파견근무를 보냈던 것이다.

 

오늘 나는 미국에 있는 혜린이의 전화를 기다리던 중에 심장마비로 죽게 되었고 영혼은 황금 빛의 석양이 비치는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내에게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얼굴에 오른 미소는 주위 사람들에게 더욱 아름답게 비쳤던 것이다.

                                            

                                                      로그 아웃

         혜린이는 돌아올 항공편이 없어서 아버지의 장례가 끝난 다음에 남편과 같이 귀국을 하여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아버지의 산소로 향했다.

둘은 산소에 도착해서 혜린이는 엄마와 나란히 누워 있는 아버지의 묘에 술을 따르면서 남편에게 말하였다.

 

이전에 아빠가 엄마와 마음이 통하고 흐른다는 말을 이제야 이해하겠어.”

부모와 자식간에는 살아있거나 죽어서도 마음이 통하고 흐른다는 얘기야.”

아버지와 딸이기 때문에 사람은 이세상에 있고 사람은 세상에 있어도 마음은 흐르고 있는 것이다.

 

 

출처: 교보문고ebook, 소설, 남기열

 

 




Posted by AUR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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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기용 2013.09.09 1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식!!
    반가워요^^

  2. 남기용 2013.10.06 14: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넹 살아있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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